어제 결국 미디어관련법안들이 국회 본회의에서 재투표를 거쳐 통과되었다는 소식에서 이승만과 자유당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초대대통령 이승만의 임기가 끝나갈 무렵, 이승만과 자유당(원외자유당)은 직선제개헌을 추진하게 됩니다. 당시까지 대통령은 국회의원이 선출하는 간선제였는데, 국회내에서 이승만 지지세력은 채 10%도 안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대로라면 이승만의 재선실패는 불보듯 뻔한 일이었으니, 이승만으로서는 가만히 두고볼 수 없었겠죠. 물론 국민들을 위한 것은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1952년 1월 18일 직선제 개헌안이 표결에 부쳐졌는데, 역시나 찬성19, 반대 143, 기권 1의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되었습니다. 이 패배에 대해 이승만은 온갖 정치공작, 테러, 계엄령 등으로 맞섰고, 국회의원 50명을 헌병대에 끌고가 공산주의자라는 누명을 씌워 구속하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같은 해 7월 4일 이승만과 자유당은 경찰과 군대로 국회의사당을 포위하고, 이미 부결된 직선제 개헌안을 되살려 기립 표결에 부치게 됩니다. 163명의 의원중 찬성 160, 반대 0, 기권3 의 압도적인 표차로 직선제 개헌안은 통과되게 되었죠.
부결된 미디어관련법안을 재투표하여 통과시켰다는, 대학때 읽은 현대사 책에서나 보던 사건을 직접 목격하게 되니, 참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래도 이승만때에는 법안을 수정하고 다음 회기때에 상정하여 형식상으로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척이라도 했습니다.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된 법안을 다시 되살리는 것은 명백히 불법입니다. 더구나 명백히 금지되어있는 대리투표까지 했다고 하니. 그들의 '법치주의'는 진정한 이시대의 코미디가 아닐까 합니다. 날치기 통과야 법적으로 하자가 없으니 무효화시키기 어렵다고 쳐도, 이렇게 명백한 법적 하자가 있는 법을 그대로 놔둘 수야 없겠죠.
글쓴이: 선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