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과연 서민대통령이었나?
참여정부가 정치제도적 개혁을 상당 부분 이루어냈다는 것은 누구라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가 서민을 사랑했다고 하는 주장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1
참여정부 5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오히려 양극화와 파시즘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노동자, 농민들과 마찰을 빚었고, 그의 재임기간 동안 무려 23명의 열사가 탄생했습니다. 자칫 광주가 되어버릴 뻔한 평택 대추리도 참여정부 시절에 벌어진 일입니다.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극찬하는 그의 '위대한' 업적인 한미FTA가 서민들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할 수 있는지는 굳이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이라크 파병은 한국 사회가 내포하고 있던 '파시즘'적 속성을 표출시켰습니다. 베트남 전쟁 참전때만해도 '민주주의 수호' 등의 명분을 내세웠지, 차관이나 SOC건설등의 실리는 내세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참여정부시절 이라크 파병의 목적은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국익'이었습니다. 이익을 위해서는 침략전쟁도 마다않겠다는 파시즘이 드디어 한국사회에 전면화되었고, 토목과 중화학공업 위주의 한국 경제구조와 시너지를 일으키며 점점 증폭되어가고 있습니다. 우석훈은 "촌놈들의 제국주의"에서 앞으로 30년 안에 한/중/일간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2
참여정부 말기 삼성에 대해 보여준 노무현 대통령의 말과 행동들은 그가 이미 재벌에 포섭당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탄핵재판때 노무현의 변호를 맡았던 이용훈 대법원장은, 신영철이 촛불시위재판을 코드배당한 것처럼, 삼성재판을 코드배당했습니다. 사실, 정책 결정에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것은 바로 참여정부이고, 그 비율은 이전 정권과 비교가 안될 정도입니다.
이것이 바로 진지한 진보좌파에서 그를 가짜 진보, 보수세력의 트로이의 목마, 진보가 아닌 개혁세력(태생적 한계를 가진) 이라고 비판하는 이유입니다.
정치인은 그의 지지자들의 행동에 의해 평가된다
노무현 지지자들은 그의 진보적인 정책들이 현실적인 벽에 막혀 좌절된 것이라고 합니다. 노무현 개인의 지향점이 무엇이었는지는 그렇게 중요한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굳이 확인하고자 한다면, 그의 지지자들이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보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정국을 운영하려면 기반이 되는 지지세력이 있어야 하고, 따라서 노무현은 그의 지지자들이 형성하는 스펙트럼의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그가 정말 서민대통령이었다면 그의 지지자들은 지금쯤 서민을 위한 무엇인가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의 서거 후 노무현 지지자들의 행태는 실망스러웠습니다. 노무현의 사진을 퍼나르는 일, 알바글에 악플 다는 일에만 열심이었지, 그 순간에도 죽고, 얻어맞고, 끌려가고 있던 서민들에게, 그의 지지자들은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화물연대의 파업은 외로웠고, 박종태씨는 의지력 약한 자살자가 되었으며, 쌍용자동차의 한 노동자는 그냥 조용히 죽었습니다. 검찰은 용산참사 관련 기록을 공개하지 않아 재판은 편파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영결식 당일 용산에서는 폭력 철거가 자행됐습니다. 용산 철거의 배후인 '또하나의 가족' 삼성은 '합법적'으로 온전히 이재용에게 세습되었습니다.
중산층대통령
노무현의 지지자들은, 그가 사랑했다던 서민에 대해 덕수궁 분향소의 천막만큼도 관심도 기울여주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지지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정치제도와 절차적 합리화일 뿐이지, 서민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절차적 민주화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는 이명박정권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무현의 지지자들에 의해 노무현 대통령은 서민대통령이 아닌 중산층대통령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 시민사회의 평균적인 의식 수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아쉽게도 중산층이라는 것이 사회경제학적으로 그리 명확한 범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기업정규직, 중간규모의 자영업자, 공무원 등을 중산층이라고 부를 수 있을텐데, 생산 시스템 속에서 이들은 고유의 역할과 위치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단지 다른 서민들보다 약간 더 잘사는 것 뿐입니다. 근로소득이 총소득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다, 사교육을 통해 현재의 지위를 재생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류층과는 명확하게 구분이 됩니다. 중산층의 자녀들은 88만원 세대로서 당연히 미래 서민층을 구성할 것이고, 그들 자신도 언제라도 구조조정이나 경제침체에 의해 서민으로 전락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이런 의미라면 노무현 전대통령을 (미래의) 서민대통령이라고 부를수 있겠군요.
그가 사랑했다던 서민과 연대하라
아직도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주의자이고, 서민을 사랑했던 서민대통령이라고 생각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그가 사랑했다던 진짜 서민을 사랑하십시오. 서민대통령 노무현은 덕수궁분향소의 천막이나 영정사진보다 피와 살을 가진 서민을 더 사랑하지 않았을까요? 영정사진이 내팽개쳐졌을때 느꼈던 분노의 1/10 만이라도, 삶터에서 내팽개쳐지는 서민들에게 돌린다면, 서민대통령 노무현이 만들고자 했던 세상은 바로 내일이라도 올 것입니다.
조중동이 노무현에 대해 떠드는 온갖 거짓말들을 의심하듯, 조중동이 노동자, 농민, 철거민에 대해 떠드는 거짓말에도 의심하고 분노하시길 바랍니다. 봉화마을을 아방궁이라고 불렀던 조중동은 "민주노총은 귀족노조", "철거민은 도심테러범", "농민들은 게으른 낙오자들" 같은 지저분한 혐의들을 날조해냅니다. 파업이 경제를 어렵게 한다는 그 말은, 바로 촛불시위때 배후 폭력 선동 세력을 찾으려던 조중동의 생각일 뿐입니다.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은, 이 사회 속에서 가장 고통받는 노동자,농민,빈민들에게 있습니다. 이것은 못사는 사람들에 대해 동정심을 갖자는 의미가 전혀 아닙니다. 그들이 무너지고 나면 그 다음 차례는 바로 지금의 자칭 중산층들입니다. 이것이 바로 진보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이 노동자, 농민, 철거민 등 진짜 서민과 연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글쓴이: 선인장^^
이번 사태의 책임은 조중동과 검찰에게 있습니다
이명박정부 집권 초기부터 검찰은 참여정부참모진에 대한 강도 높은 '저인망식 수사'를 계속해 왔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의혹으로 불거진 혐의 사실들은 바로바로 언론에 흘려 기사화하도록 하였으나, 대부분은 결국 무혐의로 밝혀졌습니다.이번 박연차게이트 사건의 경우에는 훨씬 더 심했습니다. 확인 되지도 않은 박연차 한 사람의 증언이나 추측 등을 바로 언론에 흘렸고, 조중동은 이것을 즉시 1면 탑 기사로 올렸습니다.
연예인의 자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조중동은 네티즌들이 루머를 악성 댓글로 달아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고 분석해내며 네티즌의 자성을 촉구하곤 했습니다. 과연 악성댓글과 일간지 1면 탑기사 중 어느 것이 더 영향력 있을까요?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 일간지에서 자성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또 그때마다 사이버모욕죄나 실명제를 주장하던 여당 정치인들조차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는 사실은 그들이 인터넷 규제를 주장하는 의도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억울함을 푸는 길은 의혹을 깨끗이 밝혀내는 것입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자신의 말대로 혼자 모든 것을 떠안고 갔습니다. 검찰의 수사 종결 선언으로 인해 오히려 이미 언론에 대서특필된 6백만달러 수수설은 그대로 사실이 되어버렸으며, 박연차 게이트의 몸통은 이대로 노무현 전대통령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노무현을 벼랑끝으로 밀어버렸으나 사실은 그 자신이 박연차와 더욱 가까웠던 여권세력들이 바라던 바가 아니었을까요? 이대로 수사가 흐지부지 되어버린다면 노무현 전대통령으로서는 죽어서까지 억울할 것입니다.
만일 노무현 전대통령의 죽음이 안타깝다면, 그를 되살릴 수는 없어도,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 정도는 살아남은 자들이 해줘야 하는 최소한의 예의일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박연차 게이트를 털끝만큼의 의혹도 없이 밝혀내는 것입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도 명명백백 밝혀야 하고, 천신일 배후의 여권 세력들의 비위사실도 모두 밝혀 박연차 게이트의 모든 것을 드러내는 것. 그것이 바로 마지막 담배조차 피우지 못하고 바위에서 몸을 던진 이를 홀가분하게 해주는 일이 아닐까요.
특검제나 청문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한국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사실은 외신(NYT)에서도 보도된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더이상의 수사를 정치검찰에 맡겨두는 것은 증거인멸의 기회를 주는 것과 같습니다.특검제나 청문회를 도입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긴 하지만 완벽하게 편파적인 정치검찰 보다는 백배 나을 것입니다.
1. 검찰이 언론에 흘렸던 피의사실들의 진위를 하나하나 모두 밝혀야 합니다.
2. 언론플레이에 주력했던 검찰의 수사방식의 적법성을 따져 책임자를 사법처리해야 합니다.
3. 무엇보다 박연차게이트를 그 몸통까지 깨끗하게 밝혀내야 합니다.
글쓴이: 선인장^^